권순희씨(72년생, 부산 연제구 거주, 한백마라톤클럽 소속)가 올해 중앙서울마라톤에서 국내 여성 최고수의 4연패를 저지하면서 처음 중앙마라톤에 우승했을 때 입상자 게시판에 오른 격려와 축하의 메세지중 일부 글들이다.
선수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전국 대회를 석권하는 권순희님의 행보를 '연구대상'이라는 달림이도 있다. 그는 올해 여성 달림이로는 처음으로 서브-3로 풀코스 10회 완주기록도 수립했다.
다음은 권순희님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2009년 인터뷰)
Q. 올해 서울국제(동아)마라톤 입상자 명단에 없는데...
올해 풀코스 모두 14번 뛰었고, 3번 서브-3에 실패했다. (마라톤온라인 입상자 리스트에는 13번완주, 2번실패로 확인) 동아마라톤도 참가했으나 심한 감기로 인하여 중간서 10km구간서 기진하여 걸었기 때문에 기록이 좋지 않다. 서울까지 갔는데 완주해야한다는 심정으로 끝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Q. 2월 밀양마라톤 하프에서 5위를 차지했는데 부진(?)했던 이유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주말을 이용해 여행과 모임겸으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 마라톤대회의 주 참가목적은 여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대회참가횟수가 많다. 그 당시 몸이 불편했지만 입상기록을 떠나서 완주한다는 기분으로 달렸다.
Q. 올해 참가한 대회중 입상하지 못한 대회가 있나?
동아마라톤에서 수상하지 못했다.
(09년 동아마라톤에서 3:12:45의 기록으로 30위를 차지했다)
Q. 기록상으로는 12월 6일 통영대회에서도 서브-3를 기록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여성만이 갖는 신체적 변화로 이틀째 컨디션이 아주 좋지 않았다.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참가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평상시에도 토요일 식당에서 단체손님을 치르거나,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해야하므로 다음날 기록에 지장을 받는다. 하지만 즐겁게 생활한다.
Q. 다른 대회에서도 서브-3 못한 대회가 있나?
동아마라톤과 통영대회 뿐인것 같다.
Q. 풀코스에서 4번 2위를 차지하고 모두 우승했다. 그중 대부분 이정숙씨에게 졌다. 혹시 이정숙씨를 가장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나? 혹시 이정숙씨를 이기겠다는 목표 같은 것이 있나?
통영에서도 줄곧 함께 달리다 운동장 들어와서 10m 정도 앞두고 처졌다. 고성에선 30km부터 운동장까지 함께 달렸고... 이정숙씨에겐 오래된 경력과 노련함이 있다. 난 아직 운동한지 3년뿐 안되었기에 절대로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 5년정도 지나면 생각해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마라톤 기초지식부터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대회장에 가면 떨리고 부담이 간다. 이정숙씨 뿐 아니라 누구도 라이벌로 생각지 않고, '내자신'을 라이벌로 삼는다. "내 이름을 걸고 오늘도 포기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남하고는 경쟁하지 않는다.
대회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게 아주 좋다. 달리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급수대에서) 물을 전달해주기도 하고 좋은 격려의 말도 해준다. 그런게 참 좋은 것같다. 그래서 기록, 라이벌 이런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다.
(올해 풀코스에서 2위를 차지한 4번중 3번을 이정숙(통영, 대구, 고성)씨에게 졌다. 이정숙씨와의 맞대결에서는 한 번(중앙) 이기고 세번(통영, 대구, 고성)은 2위를 차지했다)
Q. 혹시 특정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를 피하나?
이정숙님으로부터는 배우는 입장에서 같이 가고 싶다. 대회참가를 함께해야 배울 수 있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그 나이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대단하다. 승부욕, 정신력 등...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은 것 아닌가?
Q. 대회를 고를 때 1등할 수 있는 대회를 고르기도 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누가 나오는지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다. 대회를 고를 때는 멀리 가는 대회로 관광삼아 참가한다. 예를 들어 백제 동아도 그래서 선택했다. 언제 그곳을 내발로 직접 딛으면서 그렇게 볼 수 있겠나? 부산에서 멀리 여행삼아 가보지 않은 데로 간다. 관광겸 지방축제 참가겸 즐기러 간다. 취미로 즐기러가고 입상은 두번째다.
대회참가를 통해 얻는 세가지다. 건강, 명예(권순희 이름), 그리고 우승상금이다. 세가지 모두를 가지려고 하면 지나친 욕심이다. 돈(상금)을 버리더라도 내 이름에 욕되지 않게 참가하고 싶다. 앞으로 꿈이라면 남편과 함께 여행겸 대회를 다니고 싶다.
Q. 부산마라톤 우승후 국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남편이 처음 대회장에서 응원해줘 기쁘다고 했다. 남편이 마라톤하는 것에 대해 협조를 잘 안해주나?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게 협조다. 남편은 낚시광이다. 1박 2일로 낚시다닌다고 뭐라고 하면 안좋아할 것이다. 아무말 안하는 게 협조다. 남편과 나이차는 7년이다. 마라톤 대회후 힘들다고 하면 하지말라고 한다. 그래서 피곤해도 내색을 안한다. 서로의 취미생활을 존중해주며 산다.
Q. 올해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풀코스를 10회 이상 서브-3를 했다. 여자로서는 처음인데 혹시 올해 10회 서브-3 달성을 계획했었나?
계획없이 뛰다보니 그렇게 됐다. 아직까지 시계도 없이 뛰었다. 11월에 처음 구입하여 이제 한 달 되었다. 시계를 볼 줄 몰라 완주후 골인아치에 붙어 있는 전광판 시계로 기록을 확인한다. 그렇게 보면 나는 아직 초보다. 힘이 나면 뛰고 힘이 빠지면 천천히 간다. 체계적인 운동을 할 줄 모른다.
Q. 올 한 해동안 하프는 9회 출전하여 4번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하프에서 승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몸이 무거워서 스피드가 떨어진다. 마라토너중 내가 제일 무거울 것 같다. 따라서 스피드가 나지 않는다. 주위에서 인터벌 훈련을 하라고 하는데 해본 적도 없고 뭔지 몰라서 할 수가 없다.
Q. 올해 10km 종목에 한 번밖에 출전하지 않았는데 10km에 안나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예를 들어 부산에서 멀리 군산까지 같을 때 10km면 5km(왕복)밖에 구경을 못한다. 하프면 10km만 구경하는 것이다. 풀코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잘 해서도, 힘이 있어서도, 자신이 있어서도 아니다. 먼 거리를 구경할 수 있기에 항상 풀코스에 손이 먼저 간다. 내가 마라톤대회가 아니면 언제 두발로 그 곳을 뛰어 보겠는가? 풀코스에 참가하면 모두 둘러볼 수 있으나 짧은거리는 조금밖에 못본다. 길게 뛰면서 많이 구경하고 사람도 구경하고...조금만 뛰면 손해다.
Q. 올 가을 메이저대회는 다 참가했는데 춘천마라톤만 출전하지 않았다. 안나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참가하려고 신청까지 했는데 백제-경주-춘천-중앙-부산-일본계획까지 6~7주 연속 뛰는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한 번 빠졌다.
Q. 10월 11일 백제 동아마라톤부터 11월 15일 부산마라톤까지 약 1개월 남짓동안 4번의 풀코스에 참가하여 4번 모두 우승했다. 후유증이 없었나?
평소 잘 먹어서 그런지 괜찮다. 그리고 평상시 많이 뛰지 않는다. 대회 나가서만 뛰기때문에 특별한 후유증 없다. 달리기 기초지식 없이 달리기 때문에, 자세가 안좋아 발에 허물이 벗겨지는게 부상이라면 부상이라고 할 수 있다.
Q. 특별한 훈련방법이 있으면...
나만의 훈련법은 전혀 없다. 매일 아침에 등산코스를 다녀오는데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Q. 가장 비중을 두는 훈련방법은(인터벌, 언덕훈련 등등)?
배워본 적이 없다. 혼자서 아침에 등산코스 한바퀴 도는 게 전부다. 그래서 내 별명이 괴물이다. 또 자세가 안좋아 'x폼'으로 소문이 나있다.
Q. 그리고 1주일의 훈련량(주행거리)과 훈련메뉴를 말해달라.
대회참가를 제외하고 화, 목, 토요일 약 10km를 달리다. 평상시 1주일 합해서 약 35km 정도를 혼자 달린다.
Q. 한백마라톤클럽은 정기적으로 나가 클럽활동을 하나?
평일 저녁은 식당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모임에 나갈 수 없다. 그래서 대회에 나가지 않는 일요일에 1~2시간 함께 운동한다.
Q. 대회전에 식이요법 같은 것도 하나?
안한다. 평상시 좋아하는 탄수화물 종류, 특히 빵을 많이 먹는다. 남들이 밀가루를 많이 먹어서 잘 하나보다고 한다.
Q. 운동선수 출신이 아닌데 본인이 달리기에 타고난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아니다. 남들은 여유있게 뛰지만 난 힘겹게 겨우겨우 뛴다. 오기, 끈기, 깡(?)으로 뛴다. 독해서 잘 뛰는 것같다고 한다. 내가 달릴 때 주위에서 그런식으로 호흡해서 완주하겠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억수로(매우) 거친 호흡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달린다.
Q. 성인이 되기전에 육상선수 경험이 전혀 없나? 혹시 중고등학교때 육상을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드나?
고등학교때 체육시간이 가장 싫었다. 체력장때 자신이 없어서 몰래 후배를 대신 시키려고 한 에피소드도 있다. 등산을 한 후 자신이 생겨서 운동 한 번 해볼까하고 시작한 게 3년전이다.
Q. 올해 하프가 1시간 20분, 풀코스가 2시간 51분이 최고인데 혹시 하프 10분대, 풀코스 40분대에 대한 욕심은 없나?
하면 좋겠다. 그러나 하려고 노력하고 싶지는 않다. 기록단축이 목표는 아니다
Q. 혹시 대회를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나?
여지껏 30번 뛰었는데 아직 포기한 적은 없다. 동아때 심한 감기로 중간에 약간 걸었을 뿐 포기는 하지 않았다.
Q.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여행삼아 다닐 것이다. 기록, 라이벌..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마라톤하면서 두루두루 좋은 사람 많이 만났다. 뛰면서 만나면 참 좋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업도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잘 될 때도 있고 못 될 때도 있다. 모든 일은 마음을 비워야 편하다. 오랫동안 여행삼아서 즐기면서 많은 사람과 만나면서 계속 마라톤여행을 다니고 싶다.
2009년 권순희님의 기록을 살펴보자. 그는 올해 풀코스를 총 13회 완주했으며 그중 11번의 sub-3를 기록했다. 13회 완주기록의 평균은 2:56:22이며 sub-3기록 11회 기록을 평균하면 2:54:23이다. 초두에 언급한대로 그는 마스터스 여자중 처음으로 한 해에 sub-3를 10회이상 달성하는 기록을 수립했다.
30위를 차지한 동아마라톤을 논외로 하고 13번중 4번 2위를 차지했는데 그중 3번은 이정숙씨에게, 한 번(새만금)은 박성순씨에게 우승을 내주었다. 그외는 모두 우승이다.
반면 하프의 경우 9번 출전하여 4회 우승, 3회 준우승, 그리고 3위, 5위를 각각 한 번씩 기록했다. 준우승(3회) 때는 정순연씨(거제 고로쇠, 부산하프)와 이정숙씨(김해숲길)에게 우승을 내주었다. 3위(섬진강)때는 배정임, 배선희씨에게, 5위(밀양)때는 정순연, 배정임, 배선희, 유정미씨에게 선두를 내주었다.
우승비율만으로 따져보면 풀코스는 61.5%임에 비해 하프에서는 44.4%이다. 즉, 풀코스에서 승율이 더 높다.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힌대로 하프보다는 마라톤에서 더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스피드형이 아니라 지구(持久)형이라고 판단되어진다.
그의 기록은 2시간 54분 안팎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점진적인 기록향상은 보이지는 않는 것같다.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힌대로 불안정한 자세와 거친 호흡 등 아직 개선점이 있다고 했다. 인터벌훈련 등으로 스피드를 기르고 자세와 호흡을 향상하면 기록향상의 여지는 남아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출처 : 한백마라톤클럽(cafe.daum.net/hbmaraton)